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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탈그린오크(BGO), 일본에 1조 6000억엔 투자 선언... "3조 달러 매각 특수 겨냥"
BGO, 2027년까지 일본 오피스·호텔 집중 공략 행동주의 펀드들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으로 일본 부동산 매각 특수 기대
캐나다 부동산 투자회사 BGO(BentallGreenOak)가 2027년까지 일본 부동산 시장에 1조6000억 엔(약 1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BGO는 한국에서도 활발하게 오피스·물류 자산 투자를 집행해온 글로벌 운용사다. 2018년 이지스자산운용, SK디앤디와 함께 서울 종로의 삼일빌딩을 약 1780억 원에 인수한 뒤 약 500억 원을 투입해 대규모 리모델링을 진행했는데, 이는 BGO의 한국 첫 밸류애드 전략 투자 사례이다.
2022년에는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내 GB-I·GB-II 타워를 약 3850억 원에 매입하며 첨단 산업클러스터 오피스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했고, 2021년에는 부산신항 배후지에서 약 2억8900만 달러(약 3800억 원) 규모의 첨단 복합물류센터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24년 5월에는 인천 남청라 물류센터를 인수한 ‘디디아이남청라로지스틱스' 리츠의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GIC가 매각하는 서울 파이낸스센터 인수전에 참여해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역시 전략적 투자처로 보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오피스 60%, 호텔 30% 집중... '일본에 거대한 기회'
BGO의 이번 일본 투자 계획은 일본 기업들의 대규모 부동산 자산 매각이 예상되고 글로벌 자본 유입이 가속화되는 흐름 속에서 나왔다. BGO 아시아 회장 프레드 슈미트는 최근 인터뷰에서 "일본에는 거대한 기회가 있다"며 투자 확대 계획을 밝혔다. 투자는 오피스 빌딩에 60%, 인바운드 수요가 강한 호텔에 30%가 각각 배정된다. 사업 확장에 따라 BGO는 일본 내 직원을 현재 30여 명에서 60여 명으로 두 배 늘릴 예정이다.
BGO, 역대 최대 51억 달러 아시아 펀드 최종 마감
이번 투자 계획은 BGO가 아시아 지역 펀드인 ‘BentallGreenOak Asia IV’로 51억 달러(약 6.8조 원)를 결성한 직후 나온 것이다.
'BGO 아시아 펀드 IV'는 BGO 역사상 최대 규모의 펀드로, 일본·한국·호주·싱가포르 4개 국의 오피스, 호텔, 물류센터 밸류 애드 투자를 목표로 한다. 전 세계 45개 기관 투자가가 참여했으며, 미국(44%), 아시아(24%), 중동(23%) 순으로 자금이 조달됐다. 차입(레버리지)을 포함한 펀드의 총 투자 여력은 30조 원 이상이다. 향후 2년 반 동안 20조 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며, 이 가운데 80%가 일본에 배정된다.
“3조 달러 자산 쏟아진다”… 행동주의發 구조조정
BGO는 기업 지배구조 개혁으로 일본 기업들이 비 핵심 자산으로 최대 3조 달러(약 4000조 원) 규모의 부동산을 매각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인베스트먼트는 스미토모부동산개발, 도쿄가스 등 대규모 부동산 보유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고, 지배구조 개선과 비핵심 자산 매각을 압박하고 있다. 싱가포르계 3D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도 삿포로홀딩스에 부동산 자회사 분할(스핀오프) 및 자산 매각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대기업들을 향한 자산 효율화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인바운드 관광 회복과 2025년 오사카 엑스포 개최도 호텔 투자에 대한 확신을 높이는 요인이다.
세빌스(Savills)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일본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3700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 최고치인 2019년 3200만 명을 크게 웃돌았다. 평균 객실 요금(ADR)과 점유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호텔 수익성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특히 건설비 상승과 인력 부족으로 신규 공급이 제한되면서, 도쿄·오사카·교토 등 주요 관광지의 기존 고급 호텔들이 수혜를 받고 있다. 2024년 일본 호텔 자산 투자는 1조1000억 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전체 부동산 거래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향후 몇 년 간 일본 기업들의 부동산 매각과 글로벌 자본 유입이 맞물리면서 시장 대변혁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본통” BGO의 승부수… 15년 로컬 전략 총동원
BGO는 캐나다 보험사 선라이프파이낸셜(Sun Life Financial) 산하의 글로벌 부동산 투자 운용사다. 2010년 일본 시장에 진출해 15년 가까이 활동해온 ‘일본통’ 하우스로, 완전히 현지화된 운영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일본에서 모든 투자를 자체적으로 실행하며, 현지 언어와 문화에 정통한 40명 이상의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출신들이 2010년 설립한 ‘그린오크(GreenOak Real Estate)’와 캐나다계 운용사 벤톨 케네디(Bentall Kennedy)가 2019년 합병하면서 현재의 BGO가 출범했다.
최근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2023년 인수한 오사카 리가로열호텔(Rihga Royal Hotel Osaka)이다. BGO는 IHG 호텔그룹과 협력해 135억 엔을 투입해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진행 중이며, 2025년 일본 첫 번째 비네트 컬렉션 호텔(Vignette Collection)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다. 이어 2024년에는 오사카의 세인트레지스호텔도 추가로 인수했다.
BGO는 이처럼 일본 핵심 자산에 대한 연속적인 투자로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향후 수 년 간 일본을 핵심 거점으로 삼는 전략을 지속할 예정이다.
국내 부동산 업계에서는 BGO의 대규모 펀드 결성이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비록 펀드의 80%가 일본에 집중되지만, 나머지 20%인 약 6조원이 한국·호주·싱가포르에 배정되는 만큼 한국이 받을 수 있는 투자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