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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사고 반얀트리 부산, 시공사 교체 서두르는 까닭

사업 지연 장기화 시 협력업체 연쇄도산 등 부작용 차단 공사비 체불 주장 등으로 시공사 교체 쉽지 않을 수도

2025-03-04 08:26:23황재성js.hwang@corebeat.co.kr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호텔 앤드 리조트’(이하 반얀트리 부산) 사업의 시공사, 삼정기업과 삼정이앤시가 전격적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운데 사업시행사가 시공사 교체를 선언하고 나섰다. 


사업 지연 장기화 시 우려되는 협력업체 연쇄도산 우려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준공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새로운 시공사로 대체하는 일이 쉽지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5월 PF 마감 부담도 시공사 교체 요인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얀트리 부산의 시행사 루펜티스는 4일 회원들에게 보낸 안내문을 통해 “시공사(삼정기업+삼정이앤시)의 기업회생과 중대재해 등으로 공사 계약 이행이 어렵다”며 “부동산신탁(KB부동산신탁)과 논의해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신탁이 현장의 자산을 시공사로부터 인수해 필요한 재정적·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공사 지연과 미지급 대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업체들의 정상화를 돕고 신속하게 공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덧붙였다.


루펜티스는 2019년 설립된 회사로 부산을 기반으로 하는 분양대행업체 지우알엔씨가 지분율 78.82%을 보유한 대주주이고, 나머지는 시공을 맡은 삼정기업(20.00%)과 BNK투자증권(1.18%)이 갖고 있다. 


이번 조치는 삼정기업과 삼정이앤시가 지난달 27일 부산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데 따른 후속 방안이다. 사업 지연으로 협력업체 연쇄도산이나 수분양자의 계약 해지 요구 등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여기에 3250억 원의 PF 대출 만기(5월 27일)가 다가오는 점도 이런 결정을 부추긴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사업의 관리형 토지신탁을 맡은 KB부동산신탁은 500억 원의 신탁계정 한도 대여까지 책정해 둔 상태여서 사업 지연 장기화를 방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얀트리 부산의 위탁 운영을 맡은 반얀트리의 계약 해지 요구 가능성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호텔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얀트리 수준의 세계적인 호텔 운영회사는 모든 비즈니스에서 브랜드 관리를 최우선에 둔다”며 “사고로 인한 이미지 실추 등을 고려할 때 사업 지연 장기화와 그에 따른 리조트 개장 지연을 빌미 삼아 위탁 계약 무효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공사 교체하더라도 미분양 부담 계속 가능성

다만 시공사 교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체 공사 가운데 실내 인테리어 단계에서 새로 공사를 맡아야 하는 데다 향토기업이자 부산 건설사 8위인 삼정기업을 대신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삼정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반얀트리 부산의) 분양 부진으로 1000억 원 이상의 공사비를 자체 자금으로 선 투입하고도 시행사로부터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루펜트리는 이에 대해 “현재까지 기성률(공사진행률)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미 지불했다”고 반박하고 있어 논란을 예고한 상태다.


극심한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에서 대체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진행하더라도 미분양 해소가 쉽지 않고 이에 따라 PF 대출금 회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여기에는 반얀트리 부산의 복잡한 분양 방식도 한몫했다. 


반얀트리 부산은 객실 소유권을 통째로 판매하지 않고 객실 이용권에 해당하는 구좌 형태로 분양했다. 이는 고가이고, 365일 내내 사용하지 않는 리조트나 콘도 등의 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수분양자가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사용 일정을 사전 조율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적잖다. 부동산업계에서 구좌분양을 고위험 사업으로 분류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대주단이 시공사 교체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자체를 NPL(부실채권)로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주단 입장에서는 사업지연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단순히 시공사를 교체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프로젝트를 NPL로 보고 할인 판매하는 방안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얀트리 부산은 기장군 기장읍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위치한 5성급 리조트 단지. 4만 1000여㎡(1만 2400여 평) 부지에 지하 3층~지상 12층, 연면적 9만 4500여㎡(2만 8600평) 규모로 조성 중이다. 여기에는 객실 195실과 실내외 온천, 갤러리, 레스토랑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