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 데이터센터
서울 강남에 20년 만에 대형 데이터센터 가동
29MW급 하이퍼스케일 ‘KR1’ 2일 그랜드 오픈 행사 개최 AI·클라우드 수요 대응 설계...도심 인프라 부족 해소 기대
서울 강남권에 약 20년 만에 대규모 상업용 데이터센터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AI 기반 초고성능 연산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도심 내 디지털 인프라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희소 입지를 갖춘 이 신규 시설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04년 KT 강남센터 이후 첫 상업용 데이터센터
싱가포르계 디지털 인프라 기업 엠피리온 디지털(Empyrion Digital)은 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224번지에 위치한 ‘KR1 강남 데이터센터’의 본격 가동을 알리는 공식 개소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마크 퐁 엠피리온 디지털 최고경영자(CEO), 에릭 테오 주한 싱가포르 대사, 시공사 대우건설 관계자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현장에서 만난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 6월 27일 준공 허가를 받았고, 현재 즉시 이용이 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엠피리온에 따르면 KR1은 9782.6㎡(약 2960평) 부지에 지하 3층~지상 9층, 연면적 5만5740㎡(약 1만6860평) 규모로 조성됐다.
전체 IT 전력 용량은 29MW로, 단일 데이터센터 기준으로도 대형급에 속한다. 랙당 10킬로와트(kW) 이상의 고밀도 처리가 가능한 구조로 설계돼, AI 반도체와 고성능 연산 장비 운용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
서울 도심권에서 40MW급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가 공급된 것은 2014년 마곡 LG CNS 이후 10년 만이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 기준으로는 2004년 KT 강남센터 이후 처음으로 들어선 상업용 대형 시설이다.
싱가포르 사모펀드의 아시아 프로젝트
이번 사업은 엠피리온의 모회사인 세라야 파트너스(Seraya Partners)가 아시아 전역에서 추진 중인 300MW 규모 데이터센터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KR1은 그 국내 첫 사례로 주목된다.
세라야 파트너스는 2020년 싱가포르에서 설립된 인프라 투자 사모펀드다. 아시아 지역의 에너지 전환 및 디지털 인프라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며, 2024년 6월 말 기준 약 13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엠피리온은 2021년 싱가포르에 12.5MW 데이터센터 인수를 위해 엠피리온DC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가, 2024년 엠피리온 디지털로 사명을 교체하며 디지털 인프라 전문 기업으로 입지를 다졌다.
업계는 KR1이 입지, 사양, 확장성 측면에서 모두 높은 희소성을 지닌 인프라라고 평가한다.
특히 망 중립성(Carrier Neutral)을 바탕으로 다양한 통신사와의 연동이 가능하며, 부산 해저케이블과 연결된 전용 광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전송망과도 연결된다. 이에 따라 국내외 클라우드, 콘텐츠, AI 서비스 기업 유치 기반이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엠피리온 측은 “서울 중심이라는 입지에 더해 양재IC 인근이라는 교통 접근성, AI 특화지구로 개발 중인 인근 지역과의 연계성이 강점”이라고 밝혔다.
KR1의 가동은 공급 부족이 지속돼 온 수도권 고밀도 데이터센터 시장에 숨통을 트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인천·김포 등 외곽에 집중됐던 데이터센터 입지 편중 현상에도 변화를 유도하며, 도심형 인프라 수요 분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