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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잡겠다고 나섰다 ‘임대공급 불안’ 키우는 정부

대출 차단에 유동성 경색 우려...시장 매력도 약화 임대사업자 등록 오류에 종부세 추징 리스크 노출

2025-09-09 08:00:10황재성js.hwang@corebeat.co.kr

투기 억제를 내세운 정부 정책이 오히려 임대공급 기반을 흔들고 기업들에는 이중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9·7 대책’에서 임대주택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을 대폭 제한한 데다, 국세청은 사업자 등록 코드 불일치를 이유로 종합부동산세 합산과세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투기라는 ‘빈대’를 잡으려다 민간 임대공급이라는 ‘초가삼간’까지 태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임대사업을 통한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출 규제, 임대사업 자금줄 압박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9·7 대책에서 ‘주택시장 수요관리 내실화’를 목표로 내세우며 “투기수요 유입이나 과도한 가계대출 증가로 주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대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수도권 및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담보로 하는 주택 매매·임대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기존 30~60%에서 ‘0%’로 낮추고, 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다주택자가 사업자 대출을 활용해 갭투자에 나서는 행태를 막겠다는 취지이다.

 


문제는 이같은 규제가 기존 임대사업자의 정상적 자금 운영까지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기업형 민간임대사업자의 신규 매입 감소는 중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전월세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외국계 투자자들이 선호해 온 투자 전략과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현재 KKR, CPPIB, GIC, M&G 등 글로벌 대형 투자자들은 경쟁적으로 국내 기업형 임대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호텔·오피스 등 도심 내 노후건물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컨버전’ 방식을 활용해 왔다. 그런데 이번 규제는 이런 사업모델의 자금 조달 여건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 


이 경우 한국 임대주택 시장의 투자 매력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투기 억제를 강조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민간 임대공급 기반에 부담을 주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장기 임대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대출 규제 완화, 호텔·오피스 컨버전 사업에 대한 예외 적용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또한 정부 보증을 통한 저리 자금 지원, 임대사업자 등록 요건 강화, 세제 인센티브 재설계 등 병행책을 주문하고 있다.


정부의 '9·7 대책'이 임대주택 공급 기반을 흔들고 기업들에는 이중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갖는 모습이다. 왼쪽부터 권대윤 금융위 부위원장,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기획재정부 제공


행정 착오로 세금 불확실성까지

임대주택사업자들에는 세무 행정과 관련된 변수가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최근 국세청은 사업자등록증 상 업종 코드 오류를 이유로 일부 임대주택을 종부세 합산과세 대상으로 지정하며 추징 예고와 소명 요청을 통보했다.

 

등록 과정에서 세무서가 임의 코드를 부여했거나, 건설형 리츠가 준공 후 업종 정정 신고를 누락한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경우 사업자들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합산배제 혜택을 적용받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상당한 세금 부담을 안게 된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최근 협회 등을 통해 긴급히 현황을 파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다수 사업장이 불이익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져 업계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장려해 온 건설형 임대사업자들까지 행정적 착오에 따른 불이익을 겪을 수 있어 정책 신뢰성에도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투기 억제라는 대의와 임대사업 활성화라는 목표가 행정 미비로 인해 충돌하는 모순을 보여준다. 해외 투자사가 금융 규제로 애로를 겪는다면, 국내 건설형 사업자들은 행정 절차 허점으로 피해를 보는 이중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기 억제와 임대공급 활성화라는 목표 사이 균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행정 절차상의 오류로 인한 불이익만큼은 신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빈대는 잡되 초가삼간은 태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임대사업자 등록 코드 불일치를 이유로 종합부동산세 합산과세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대한주택건설협회가 홈페이지에 현황 파악을 위해 회원사에 공지한 안내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