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시장동향
미국 대신 유럽으로...탈세계화가 바꾼 자금 흐름
'Expo Real 2025' 패널토론 현장 취재 탈세계화 이후 미국보다 유럽 선호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 최대 부동산 투자포럼 'Expo Real 2025'에서는 유럽 부동산의 향후 자금 흐름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패널토론 'Investment Strategies: Who, Why, Where and What?'이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PEI Media의 조너선 브라스(Jonathan Brasse) 편집장이 사회를 맡았으며, 패널로는 Union Investment Real Estate의 카림 에쉬(Karim Esch) CIO와 Patrizia SE의 마흐디 모크란(Mahdi Mokrane) Co-Head of Fund Management, PGIM의 크리스틴 프리츠(Christine Fritz) Co-Senior Portfolio Manager, M&G의 마틴 타운스(Martin Towns) Global Head of M&G Real Estate가 참여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새로운 사이클을 이야기하고 있는 부동산 투자 시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저마다의 인사이트를 제시했다.
시장은 회복세...투자자는 관망
토론 참가자들은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 거래를 실행하는 측면에선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마흐디는 "비록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거래 실행의 정교함과 확실성이 뒷받침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프리츠는 "많은 투자자들이 그저 관망을 한다"며 "지금이 최적의 매수 타이밍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통과시키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타운스는 자신이 추구하는 전략과 테마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기회를 잘 포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평판'(reputation)이라고 강조했다. 거래 실행력, 내부 승인 프로세스의 확실성, 통제 가능한 충분한 자본 등이 신뢰를 만든다는 것이다.
탈세계화 속 미국보다 유럽 선호
탈세계화(Deglobalization)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글로벌 관점에서 정치적, 거시경제적 변화가 부동산 투자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또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개진했다.
이들은 탈세계화가 유럽 부동산 자금 흐름의 중대한 전환점을 제공하는 점에 동의했다.
타운스는 "유럽 LP들이 미국 시장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모가 크게 유동성이 풍부한 미국 시장은 다양한 전략을 시도할 수 있어 우선순위가 높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과 ESG정책 혼선 그리고 달러 자산에 대한 피로감 때문에 다시 유럽 시장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던 아시아 LP들도 유럽 투자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쉬 역시 "고객이 어디에 투자하고 싶어하는지가 중요하다"며 "미국 시장은 (여전히) 훌륭하지만 투자하려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은 자신들이 잘 아는 시장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다"며 "투자자가 어디에 투자를 하고 싶어하는지에 따라 전략을 조정하는 것이 지금 시장 환경에선 답"이라고 설명했다.
모크란은 브렉시트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 미국 행정부 정책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관리·운영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금리 같은 변수가 아닌 임차수요를 강조한 것으로, 그는 인구구조 변화와 도시화를 지목했다. 이에 따라 그는 주거섹터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리츠 역시 미국에서 비롯된 탈세계화로 인한 충격을 지적하며, 어떤 산업 분야와 어떤 임차인이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받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탈세계화 현상은 자산 배분 결정에 실제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신중한 데이터센터 투자
부동산 시장의 주요 부문으로 떠오른 데이터센터 투자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모크란은 너무 큰 진입비용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직접 투자보다는 대출펀드나 에쿼티에 투자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비중을 크게 늘리진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의 흐름은 부정할 수 없지만 언제가는 큰 충격이 있을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타운스 역시 데이터센터의 장기 보유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 발전이 계속 이뤄지고 있고 이에 따라 건물에 적용되는 기술의 변화도 계속되고 있다"며 개발이나 사전임대 단계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에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패널 간 AI를 바라보는 시선의 간극이었다.
모크란은 “우리는 머신러닝으로 15년간 포트폴리오 패턴을 분석해왔다”며 AI의 실질적 효용을 강조했다. 이에 비해 에쉬는 “직관과 경험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패널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한 것은, AI는 결정을 '보조'하지만, 판단을 대신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탈탄소(Decarbonization)와 ESG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프리츠는 "ESG라는 용어조차 옛말"이라며 현재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넘어 복원력(Resilience)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크란은 이를 단순한 용어 변화가 아닌 유동성과 리스크, 운용 효율 모두를 좌우하는 실질적 지표라고 강조했다.
즉 ESG가 자산의 가치와 거래 가능성을 결정짓는 기본 변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