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시장동향

치열한 임차인 모시기 전쟁 중인 마곡 오피스

CBD 절반 수준의 임대료에 파격적인 TI 지원 등 과도한 혜택은 제살깎기 식 출혈 경쟁 우려도 제기

2025-03-05 09:28:06황재성js.hwang@corebeat.co.kr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의 초대형 오피스 빌딩들이 빠른 속도로 채워지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준공되면서 일시적인 과잉 공급에 따른 높은 공실률 장기화 우려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도심업무지구(CBD) 절반 수준의 임대료와 파격적인 조건의 렌트프리 등과 같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당초 사업계획보다 크게 낮은 임대료를 책정한 것으로 나타나 제살깎아먹기 식 출혈 경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꺼번에 여의도 IFC의 2배 물량 쏟아진 마곡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곡지구에서 지난해 9~10월 중 사용승인을 받은 연면적 3만 평 이상의 프라임급 오피스빌딩은 ‘르웨스트 시티타워’(소유주/KT투자운용)와 ‘케이스퀘어 마곡’(코람코자산신탁), ‘원그로브’(이지스자산운용+국민연금) 등 3곳이다. 


그런데 입주 5개월 정도 지난 현재 르웨스트 시티타워는 입주율이 60%, 원그로브는 40% 수준까지 올라섰다. 케이스퀘어만 2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KT투자운용은 지난 2월 28일에 마지막 잔금을 내고, ‘르웨스트 시티타워’의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지난 2023년 9월에 체결한 선매매 계약에 따른 후속 조치이다. 


이지스자산운용도 지난달 7일 원그로브의 소유권을 넘겨받고 본격적인 운용에 들어갔다. 2021년 8월에 맺은 선매입 계약에 따라 이뤄진 조치이다. 


이러한 전개는 업계의 예상을 넘어선 것이다. 3개 빌딩이 동시다발적으로 입주하면서 일시적인 과잉 공급이 발생하고, 오피스 임대면적이 소화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3개 빌딩의 전체 면적이 95만㎡(약 29만 평)에 육박하고, 임대용 오피스도 65만㎡(약 20만 평)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는 여의도 IFC 타워(50만 6000㎡/약 15만 3000여 평)의 2배가량에 해당한다. 


이에 상업용 부동산 자문사 알스퀘어는 올해 초 보고서 ‘2024 마곡 오피스 마켓 리포트’를 통해 “임대면적이 안정화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마곡과 비슷한 상황인 상암, 판교 업무지구 사례를 보면 주요 오피스들이 임대 안정화를 이루기까지 최장 14개 분기의 시간이 걸린 사례로 있다”고 소개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FC 타워 3개 동이 임차인을 모두 채우는 데 10년 걸렸고, 마곡에 2배 물량이 들어선 만큼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있었다"며 "최근 입주율 추이는 이례적인 성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6년부터 CBD에 대규모 오피스 공급 대응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역설적이지만 장기화하고 있는 경기 침체가 도움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업들이 고정비 절감 등을 목적으로 핵심업무권역을 떠나 상대적으로 임대료와 관리비 등이 싼 비핵심 업무권역으로 이전하려는 수요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여기에 마곡 오피스 운영사들이 파격적인 임대 조건을 제시한 것도 마곡의 성공 요인으로 평가된다. 현재 렌트프리(무상임대기간)와 F/O(인테리어 공사에 따른 임대료 면제기간) 등을 반영한 마곡지구 오피스의 실질임대료(E.NOC)는 15만~17만 원 수준으로 CBD의 절반 이하이다. 2023~2024년 기준 주요 CBD 프라임 빌딩 실질임대료는 30만~44만 원이었다. 


또 임차인에게 이사비와 인테리어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TI(임차인 인센티브)로 전용면적 기준으로 200만 원(3.3㎡)씩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올 하반기에 CBD에서 마곡지구로 사무실을 이전할 것으로 알려진 A사의 경우 150억 원 이상을 지원 받는 셈이다.


다만 이런 파격적인 조건이 제살깎아먹기 식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금융권에서 지난해 9월 작성한 마곡지구 오피스 매입 자금 모집을 위한 투자제안서에 따르면 르웨스트 시티타워의 적정 실질임대료는 21만 700원, 케이스퀘어 마곡은 19만 1000원, 원그로브는 20만 9700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출혈경쟁이 맞다"면서도 "2026년부터 CBD에서 대규모 오피스 공급이 시작되는 상황 등을 감안할 때 대응 차원에서라도 마곡 오피스 운용사들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