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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 매각④ 대신증권, 부동산 종합금융사 도약 가능

이지스 지분 9.13% 보유, 가족회사 지분도 보유 세운 5지구 등에서 긴밀한 협력

2025-08-11 09:10:12김우영kwy@corebeat.co.kr

이지스자산운용 새 주인 찾기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대신증권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현재 이지스의 주요 주주인데다, 그룹차원에서 부동산 전부문을 강화하는 전략적 변신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지난 2023년 이지스 지분 9.13%를 취득하면서 이지스와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당시 이미 경영권 매각 이야기가 나오던 상황에서 대신증권이 지분 투자에 나선 만큼 단순한 투자수익보다는 전략적 목적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대신증권이 사들인 지분이 특수목적법인(SPC)인 가이아제1호가 보유했던 것이어서 이 같은 추측에 힘을 실어줬다. 가이아제1호는 이지스의 조갑주 리얼에셋지원 대표의 아내 이수정 씨가 설립한 지에프인베스트먼트가 22% 지분을 보유한 탓에 조 대표의 우호 지분으로 평가됐다. 


대신증권과 지에프인베스트먼트의 관계는 이보다 앞서 이미 상당히 밀접했다. 지에프인베스트먼트는 경영자문 및 컨설팅 등을 목적으로 2019년 11월 자본금 6억3500만원으로 설립한 법인이다. 지분은 모두 이씨가 보유했다.


대신증권은 2022년 이 회사 지분 9.53%를 취득했다. 같은 해 조 대표와 그의 동생 조병인 씨도 일정 지분을 확보했다. 사실상 조 대표 일가로 이뤄진 가족기업에 대신증권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지에프인베스트먼트는 그해 유상증자로 자본금을 10억2495만원으로 늘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주식발행초과금이 64억1618만원에서 무려 860억1045억원으로 급증했다. 발행주식 수가 7만800주 가량 늘었으니까 액면가 5000원의 200배가 넘는 엄청난 프리미엄 발행에 대신증권이 참여한 것이다.


인수 당시 매출이 아직 발생하지 않던 회사 지분을 이처럼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확보한 것은 전략적 판단에 따른 지분 투자였을 가능성이 높다. 


대신증권이 조 대표의 상당한 우군인 셈이다.


대신증권은 지분 인수 후 올해 초 이지스와 함께 런던 랜드마크 오피스 '원 폴트리' 빌딩을 공동 인수하였다. 이보다 앞서 세운5구역에서도 자금 조달과 선매입, 운영 및 관리 등에서 둘은 핵심 파트너로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


대신증권이 강력한 인수 후보라는 예상을 뒷받침하는 사실관계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이지스 인수하면 밸류체인 완성·스케일업 가속 가능

기존 지분관계 이외에 대신증권이 이지스 인수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대신파이낸셜그룹의 전략적 방향이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리테일과 전통IB부문(ECM-DCM)에선 대형사에 미치지 못하지만, 부동산 부문에선 강자로 꼽힌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 대신증권의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자기자본 대비 85%에 달한다. 이는 중소형사 평균(50%)는 물론 대형사 평균(약 62%)을 웃도는 것이다. 


여기에 종속회사인 대신F&I와 대신자산신탁, 대신저축은행 등의 국내 부동산 투자 규모는 1조1500억원에 달한다. 전통적인 증권업무보다 부동산 관련 사업에 상당한 그룹 자원을 배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핵심 계열사로 대신F&I, 대신프라퍼티로 이어지는 100% 지배-종속 관계로 부동산 수직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대신F&I는 부실채권(NPL) 투자와 함께 대신프라퍼티를 통해 부동산 개발 및 관리를 하고 있다. 한남동 고급주택인 나인원한남, 강남역 신축빌딩 343강남 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 종로구 서린345오피스 개발사업도 진행 중이며 강남구 클럽디청담과 드레스가든 등 보유자산 활용도 적극적이다.


이처럼 개발사업을 많이 해오고 현재도 하고 있는 대신그룹 입장에선 최근 디벨로퍼로 회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이지스를 얻으면 상당한 스케일업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대신프라퍼티가 부동산 개발을 담당하면 대신저축은행과 대신F&I가 중·후순위 대출을 하고 대신증권이 금융주선을 하는 것은 물론 다른 계열사의 대출 기회 등을 넓혀 대신그룹이 개발사업에서 큰 손 역할을 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대신밸류리츠 상장으로, 개발 완료 후 매각까지 부동산 밸류체인 전과정을 대신그룹이 거머쥘 수 있게 됐다.


이지스 품을까, 초대형IB 꿈을 이을까

관건은 대신증권의 당면 최대 현안인 초대형 IB 인가와 이지스 인수가 공존할 수 있냐는 것이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국내 열번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지정됐다. 이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인가까지 도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자기자본이 별도 기준 4조원이 돼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약 3조1000억원이다. 대신증권은 2023년에 이어 올해 5월 자회사 자본거래(배당수익 인식분을 재출자)를 한 것을 비롯해 유형자산 재평가, RCPS 발행 등으로 단기간 자기자본을 1조2200억원 가량 크게 늘렸다.


만약 이지스를 인수하게 되면 연결로는 자기자본이 늘지만 별도 기준으로는 자금 유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초대형IB 진입 요건에선 더 멀어지게 된다. 


때문에 대신증권이 초대형IB 지정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다면 대신증권은 이지스를 인수하는 것이 아닌 보유한 이지스 지분을 오히려 매각해야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지스 지분을 판 돈으로 대신증권 자기자본을 늘리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반면에, 이지스를 인수한다는 것은 초대형IB 지정은 당분간 보류한다는 전략적 선택이 된다. 


종투사 지정으로 부동산금융, 구조화 투자, 해외 딜 소싱 등에서 신규 사업을 할 수 있는 만큼, 이지스를 손에 넣으면 당장 자산관리와 투자자 모집 등에서 시너지를 볼 수 있다. 우선은 수익성을 높이고 내실을 다지는 기회로 삼는 선택인 것이다.

인수 위한 재무여력은?

다만 현재 대신증권 재무 상태를 감안하면 이지스 인수에 섣불리 나서기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신평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현재 대신증권의 현금 및 예치금은 4조원을 살짝 웃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8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기준으로 매각 대상 지분을 따져보면 대략 5500억원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겉으로 보기엔 보유 현금으로 충분히 인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경영건전성 확보를 위한 규제인 순자본비율(NCR)이다. 대신증권의 잉여자본(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은 5423억원에 불과해 이지스를 인수하고 나면 위험 대비 영업용 자본의 버퍼가 없어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NCR 규제 하한인 150%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추가 레버리지(차입)나 증자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대신증권의 부채 및 순차입이 모두 자본의 4~5배 수준의 높은 레버리지 구조를 갖고 있어 선택이 쉽지 않다.


특히 부동산금융 관련 IB영업 확대에 따른 우발부채(채무보증)가 빠르게 증가하는 점은 매우 부담이다. 한신평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유동화 채무보증 잔액은 3조20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100% 수준까지 높아졌다. 특히 해외 부동산금융이 전체 부동산금융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커 적절한 리스크 관리가 동반되지 않으면 재무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신평은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신증권의 현재 자금력이나 레버리지 조달 여력을 감안할 때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유상증자는 아예 선택지조차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