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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 NC타워1 매각 입찰, 내년으로 연기

“투자자 관심은 높지만 서두르지 않겠다” GBC 개발/영동대로 지하화 호재, 강남역 인근에 비해 사옥 수요 높아 시장은 평당 4500만원 안팎 전망

2024-08-22 08:05:57김두영doyoung.kim@corebeat.co.kr

게임 회사인 엔씨소프트(이하 NC)가 매물로 내놓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NC타워1의 입찰이 내년으로 연기될 전망이다. 당초에는 올해 안에 매각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보다 신중을 기해 비싼 가격을 받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회사내 보유 현금도 약 2조원에 달해 급하게 매각할 이유도 없는 상황이다.


NC타워는 강남 테헤란로 대로변에 위치해 교통 여건이 뛰어나고, 지하철 삼성역 주변을 중심으로 대규모 개발 사업이 예정돼 있다. 인수 대금도 5000억원 안팎으로 투자자들의 자금부담이 적어서 사옥이 필요한 전략적 투자자와 투자 목적의 재무적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왜 빌딩을 팔까

가장 큰 이유는 NC가 판교에 짓는 신사옥 건축비용을 조달하는 것이다. 박병무 대표는 지난 5월 실적 발표회에서 “올해 안에 NC타워1을 매각해 신사옥 건축 비용을 충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NC는 토지 매입 비용으로 4565억원을 지급했다. 올해 2월에는 공사비로 5800억원 지출이 예상된다고 공시했다. 


NC는 2020년 12월 삼성물산, 지방행정공제회,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기 성남시 삼평동 641 일대 2만5719 제곱미터 규모의 성남시 소유 부지를 8377억원에 매입했다. NC 컨소시엄은 총 1조8712억원(토지 매입 비용 포함)을 투자해 지하 8층~지상 14층, 연면적 33만574제곱미터(약 11만평) 규모의 빌딩 2개동을 건축할 계획이다. 


NC는 1개동(글로벌 RDI센터)을 신사옥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1개동(PSM타워)은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마스터 리스(Master Lease)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건물이 판교 지하철역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 판교 일대의 증가하는 사옥 임대 수요를 충분히 흡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자의 관심이 몰리는 이유

투자자들은 삼성역 주변이 사옥으로 인기가 많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역 일대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건축과 서울시의 영동대로 지하화 프로젝트의 호재가 있다. GBC는 현대차그룹과 서울시가 설계 변경과 공공기여에 대한 재협상에 나서면서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지만, 개발이 완료되면 삼성동 일대의 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영동대로 지하화가 이뤄지면 삼성동 일대 교통난이 많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지난 5월 동부간선지하도로 민간투자사업 실시계획을 승인했다. 사업 시행자는 중흥건설 관계사인 '동서울지하도로'이며, 중랑구 묵동 월릉교 ~ 강남구 청담동(영동대교 남단) 구간에 왕복 4차로, 10.4㎞의 대심도 지하 터널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예상 완공 시점은 2029년이다. 


투자자들은 강남역 보다 삼성역 일대에 기업들의 사옥 수요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역 주변 빌딩은 밀도가 높아서 사옥의 쾌적함이 부족하고 만성적 교통 적체에 시달리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교통이 매우 복잡하고, 유동 인구가 너무 많은 강남역 주변보다 삼성동 일대 오피스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매매 가격 전망은

NC는 7월말 CBRE, 딜로이트안진을 매각 자문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작업에 착수했다. NC는 평당 4700만원 (총 4400억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시장에서는 강남역에 위치한 ‘더 에셋’의 매매가격(평당 45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을 전망하고 있다. NC는 2024년 3월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2338억원과 단기 금융상품(1조1045억원)을 포함해 약 2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서, 가격을 낮춰 급하게 팔 이유는 현실적으로 없다. 


NC는 2017년 NC타워2를 이지스자산운용에 1770억원에 매각했다. NC는 이미 판교에 본사 사옥을 갖고 있고, 신사옥 건축도 진행중이어서 늘어난 인력을 모두 수용할 수 있다. NC타워1에서 안정적인 임대 수익이 발생하고 있지만, 게임 사업과는 관계가 없어서 사실상 유휴 자산에 해당된다. NC는 그동안 경영 실적 악화로 주가는 최고가(2021년 1월 104만원) 대비 약 80% 하락해 주주들의 불만이 크다. 따라서 NC는 NC타워1 매각으로 신사옥 건축비를 조달하고, 나머지 현금은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과 신규 게임 개발 등에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부동산 투자 회사 관계자는 “NC가 더 이상 NC타워1을 보유할 이유가 없지만, 급하게 싸게 팔 이유도 없다”며 “잠재 인수후보들과 치열한 가격 협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