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elopment • 정책
종부세 폭탄 맞은 매입임대...외국계도 ‘Stop’
10·15 대책 발(發) 세금·대출 이중 규제 계약 포기 등 임대시장 ‘올 스톱’ 위기
정부가 지난 10월 15일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10·15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 민간 매입임대사업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합산배제 제외를 명시하면서, 임대주택 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규제 지역의 아파트와 장기 일반 매입임대 주택에 대한 종부세 합산배제 혜택이 사라지면서, 신규 투자가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기존에도 대출 규제와 임대사업 등록 요건 강화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세제 혜택까지 사라지자 외국계 기관투자가들마저 “한국 주택시장의 정책 리스크가 또 확인됐다”며 투자 철수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모습이다.
시한폭탄된 ‘종부세 합산배제 제외’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0·15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됐다. 15일 이후 신규 매입 주택분부터 적용되는 이번 조치로 아파트형 매입임대와 조정대상지역 내 장기 일반 민간임대주택은 모두 합산배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합산배제는 임대료 증액 제한(연 5%)과 장기 임대 의무(5,10년)를 충족하면 해당 주택을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 세금을 줄이거나 면제해 주는 제도다.
법인 사업자의 경우 종부세 기본 공제가 없고, 높은 단일 세율이 적용돼 합산 공시가격 전체에 수십억 원의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정부는 투기 억제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업계에서는 "투기를 막는 과정에서 임대공급 기반 자체를 흔드는 결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지난 9월 ‘9·7 대책’으로 수도권 규제지역 임대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기존 30~60%에서 사실상 0%로 제한됐다. 합산배제 제외로 인한 종부세 부담까지 겹치면서, 신규 매입임대사업은 사실상 전면 중단 상태다.
서울 대학가 오피스텔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추진하던 외국계 A기업은 대책 발표 직후 수백 억 원 신규 오피스텔 계약을 포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세금 증가로 예상 수익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대출 0% 규제와 종부세 압박이라는 이중 규제를 안고 신규 투자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KKR, CPPIB, GIC, M&G 등 글로벌 기관들은 최근 도심 내 노후 오피스와 호텔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컨버전’ 프로젝트를 확대해왔다. 하지만 잇단 규제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규제 혼선이 낳은 리스크도 부담
세제 리스크는 행정 착오와 맞물리면서 임대사업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60개 민간임대주택 리츠(REITs)가 업종코드를 잘못 등록해 종부세 합산배제 혜택을 상실, 약 1조 원 규모의 세금 추징 위기에 놓였다. 이는 단순 착오가 아니라, 복잡한 세제와 행정 절차가 빚은 결과다.
이들 대부분은 재무 여건이 취약해 55곳(약 92%)이 적자 상태다. 일부는 세금 납부가 어렵다면 보유 주택을 공매에 넘길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 경우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 지연 등 서민 주거 불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최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영세 임차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업종코드 오류가 고의가 아닌 점을 감안해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전향적 입장을 시사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가 종부세를 계속 체납하면 압류와 공매로 이어져 세입자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책 목표가 투기 억제라 해도, 장기 임대 공급은 서민 주거 안정의 핵심"이라며, 일률적인 세제·금융 규제 대신 임대 기간, 임대료 인상률 등 공공성 기여도를 반영한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접근이 있어야만 임대사업자들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