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시장동향

자연공실률 5%, 안정성 지표 맞나?

숫자 뒤에 숨은 서울 CBD 오피스 시장의 구조적 변화

2025-12-17 06:22:12김우영kwy@corebeat.co.kr

서울 도심 오피스 임대시장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공실률이 자연공실률인 5% 이내이기 때문에 시장은 안정적이다.” 하지만, 이 말에는 무서운 해석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자연공실률은 자연실업률에서 차용한 개념이다. , 시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도 구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공실 수준, 다시 말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공실 수준을 말하는 것이다하지만 이 개념이 과연 시장을 설명하는데 적절한 기준일까.


18일 코어비트는 21번째 Insight Report '자연공실률 5% - 자연실업률처럼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이라 정말 문제없는 걸까?'를 통해 관행처럼 쓰이는 자연공실률이 시장 구조를 가리고 투자 판단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는 자연공실률에 대한 용어 자체에서 출발해서 질문을 던진다. 자연공실은 임차인 교체과정에서 생기는 마찰적 공실과 층별 분할, 임차인 면적 조정 등으로 인한 물리적 공실을 말한다.


세빌스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 서울 CBD 오피스 공실률은 5%이다. 자연공실률 숫자이다. 그럼 서울 도심 오피스시장은 마찰적 공실로 인한 불가피하게 발생한 공실 수준을 말하는 것일까? 그래서 안정적인 것일까?


실제 공실 데이터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자연공실률은 실증적으로 정립된 개념이라기보단 개념적으로 차용된 용어이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따라서 노동시장과 오피스 시장의 구조적 차이는 무시한 채, 동일 논리로 해석해 5%라는 숫자를 마치 시장의 안정성을 의미하는 기준처럼 사용하면 그릇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이다. 

자연실업률과 자연공실률의 차이

보고서는 자연실업률과 자연공실률의 차이를 분석한다.


첫째는 조정메카니즘의 가시성을 들었다.


노동시장은 임금이라는 명확한 가격 조정 매커니즘이 작동한다. 반면 오피스 임대료 조정은 무상임대나 인테리어 지원금 증가처럼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따라서 실질임대료 파악이 어렵다.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비밀'이기 때문이다. 결국, 과거 25년 서울 오피스 시장의 공실률은 1%대에서 15%까지 들쑥날쑥했다. 하지만 명목임대료는 꾸준히 상승해왔다.


이 기간 동안 실질임대료의 변화는 조사된 자료가 없다. 공실률이 15%까지 늘어났는데도 임대료가 얼마나 떨어지는 지 파악이 어렵다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제한적인 표본으로 미루어 시장을 추정해야 할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차이가 있다. 바로 조정의 속도이다. 노동시장은 경기변동에 따라 채용규모를 늘리기도 줄이기도 하면서, 비교적 빠르게 조정되지만 오피스 시장은 장기 임대차 계약과 느린 공급 구조로 인해 조정 속도가 매우 더디다. 

실업률이 지금의 경기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라면 공실률은 이미 지나간 시장의 결과를 보여준다. 따라서 조정의 충격이 지연되고 축적된다는 점을 보고서는 강조한다.  


공실률, 숫자만 보고 안심하면 안돼

또한, 보고서는 올해 3분기 서울 CBD 오피스 공실률 5%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 지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실제 2025년 도심 신규 임차 사례를 살펴보면, 대형 임차인의 순증이나 CBD 오피스 수요를 확대시키는 거래는 드물었다. 


반면 공실은 조용히 쌓이고 있다. 디타워 돈의문, 서울스퀘어, 파인애비뉴 등 주요 CBD 자산에 두 자릿수 공실률이 발생했다. 비용 절감과 업무 적합성을 이유로 임차인이 도심을 이탈하면서 발생한 구조적 공실이다.


보고서는 특히 공실이 단순한 임대차 문제가 아니라 레버리지를 동반한 부동산 금융 구조와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위험성이 증폭된다고 강조한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미국과 유럽 오피스 시장 위기 상황에서 공실이 있는 자산은 금리인상 국면에서 급격히 취약해졌다.


보고서는 공실률이란 숫자의 높고 낮음뿐만 아니라, 가격 조정과 수요 이동이란 매커니즘을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오피스 공급이 시작된다. 투자자들이 공실률을 잘 해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