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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삼성-현대 다시 맞붙는다

삼성생명, 감정원 부지에 38층 프라임 오피스 개발 시동 현대차 GBC 본격화...10년 만에 재연되는 삼성동 경쟁

2025-12-18 08:08:11황재성js.hwang@corebeat.co.kr

삼성생명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 부지에 지상 38층, 연면적 12만6500㎡ 규모의 초고층 프라임 오피스를 짓는다. 


사업지는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컴플렉스(GBC)와 맞닿아 있어, 국내 재계의 상징적 라이벌인 삼성과 현대가(家)가 강남 핵심 입지에서 다시 한 번 초고층 오피스를 두고 경쟁 구도가 불가피해졌다.

서울시、삼성생명 감정원 부지 개발 위한 주민공람 시작

서울시는 19일부터 2026년 1월 2일까지 강남구 삼성동 171-2번지 일대(옛 한국감정원/현 현대오토에버사옥)에 대한 주민제안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열람 공고했다. 삼성생명은 2024년 8월부터 올해 9월까지 서울시 및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협상조정협의회’를 통해 개발 방향에 합의했으며, 이번 변경안은 이를 토대로 마련됐다.


계획에 따르면 지하 7층~지상 38층, 높이 약 200m, 연면적 12만6536㎡(약 3만8277평) 규모의 프라임급 복합시설이 들어선다. 주 용도는 오피스이며, 근린생활시설과 특화전시시설이 결합된다. 오피스는 기업 수요에 맞춰 500평(약 1650㎡) 이상 단위로 가변 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되며, 비즈니스 라운지·다목적 업무공간 등 프라임 오피스 수요를 겨냥한 공용시설도 배치된다.


사업지 북측의 LH 부지 및 옛 서울의료원 부지와 연결되는 높이 38m의 공중보행산책로(중층 연결 브릿지)도 조성된다. 이와 연계해 약 700㎡ 규모의 특화전시시설이 설치된다. 서울시는 이를 ‘도시고원(Urban Plateau)’으로 정의하고, 삼성동 교류복합지구 내 입체적 보행네트워크의 상징적 랜드마크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서울시는 현행 제3종 일반주거지역인 사업지를 일반상업지역으로 종 상향하는 대신 약 3630억 원 규모의 공공기여(현금·시설 제공 포함)를 받기로 했다. 지구단위계획 변경은 2026년 상반기 확정을 목표로 하며, 이후 인허가를 거쳐 2027년 착공·2031년 준공의 일정으로 사업이 추진된다.


현대차에 무산된 삼성의 ‘삼성동 통합개발’ 구상

이번 삼성생명 개발은 2014년 9월 진행됐던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 매각 입찰과 분리해 보기 어렵다. 당시 입찰은 강남 핵심 입지를 둘러싼 국내 최대 규모의 부동산 거래로,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그룹이 정면으로 맞붙은 상징적 사건이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단순한 한전 부지 매입을 넘어, 옛 감정원 부지를 포함한 인근 토지와 한전 부지를 통합 개발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의 핵심 요지인 데다 ‘삼성동(三成洞)’이라는 행정구역 명칭이 그룹 이름(삼성·三星)과 자연스럽게 겹친다는 점에서 상징성과 브랜드 효과가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생명이 2011년 입찰을 통해 감정원 부지를 2328억 원에 매입한 것도 이런 장기 구상과 맞닿아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삼성이 2014년 9월 17일 한전 부지 매각 입찰에서 4조6700억 원을 써낸 것으로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삼성 미래전략실의 한 임원이 내부 모임에서 해당 입찰가를 직접 언급했으며, 당시 재계에 퍼졌던 ‘삼성 9조 원 입찰설’을 차단하려는 의도였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한전 부지는 현대차그룹이 10조5500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며 인수했다. 이 결정은 GBC 개발로 이어졌고, 삼성의 삼성동 통합개발 구상은 실현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삼성이 삼성동 입지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전략적 선택의 시점을 달리했을 뿐”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로 삼성은 한전 부지 입찰 이후에도 감정원 부지를 장기 보유·임대하며 개발 시나리오를 검토해왔고, 대규모 통합 구상 대신 이번 삼성생명 주도의 프라임 오피스 개발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통의 라이벌이 펼칠 경쟁 속 공급 폭탄 우려

현재 시점에서 삼성생명 개발은 현대차 GBC와의 비교를 피하기 어렵다. GBC는 설계 변경을 거쳐 54층 규모의 3개 동, 연면적 약 99만㎡(30만 평)을 웃도는 초대형 복합단지로 재편될 예정이며, 이 가운데 약 50만㎡(15만 평)가량이 오피스로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절대적인 규모와 도시적 상징성에서는 GBC가 앞서지만, 삼성생명 프로젝트 역시 프라임 오피스에 특화된 고밀도 자산이라는 점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지닌다.


두 프로젝트는 모두 삼성동 국제교류복합지구(MICE) 축에 위치해 있고, GTX를 비롯한 광역교통망과 영동대로 복합개발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다만 GBC가 그룹 통합 사옥과 문화·전시 기능을 결합한 ‘도시 단위 프로젝트’라면, 삼성생명은 오피스 경쟁력을 앞세운 프라임 자산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시장에서는 이들 프로젝트가 2030년 전후 서초 정보사 부지, 롯데칠성 서초 부지 개발과 맞물리며 강남권 오피스 공급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현재 강남업무지구(GBD) 공실률은 약 5% 중반(2025년 3분기 기준)으로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2029~2031년 사이에 삼성생명·GBC 오피스 물량과 서초 정보사·롯데칠성 부지 개발이 맞물리면 약 200만㎡(약 61만 평) 내외의 신규 공급이 예상된다. 


다만 GBC 오피스 물량 중 상당 부분은 현대차그룹이 자체 사용해 시장에 직접 풀리는 물량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프라임급 신규 자산의 동시 등장은 임차인의 ‘신축 이전(Flight to Quality)’을 가속화하고, 이에 따른 풍선 효과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노후 B·C급 오피스의 공실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삼성생명의 삼성동 개발로 2014년 9월 한전 부지 입찰에서 시작된 삼성과 현대의 삼성동 주도권 경쟁이 다시 수면 위로 나오게 됐다는 보고 있다. 동시에 현대차 GBC와 맞물린 초대형 오피스 공급은 서울 도심 오피스 시장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 부지 전경. 삼성생명이 이곳에 초고층 프라임 오피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접한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컴플렉스(GBC)와 맞물려 삼성과 현대가 강남 핵심 입지에서 다시 한 번 상징적 경쟁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출처: 서울시